[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신문 기사]
* 보도일 : [월간 제 459호] 2016년 6월 15일
 
강윤식 서울대병원 외과동문회 회장
“외과 동문들이 북한이탈주민 건강 지킵니다”
치질·탈장 수술비 전액 지원 
“외과 위상 제고 계기됐으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모교 병원 출신 외과의사들이 값진 재능 나눔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동문회의 ‘굿서전스(good surgeons)’ 의료지원사업이 바로 그것. 외과동문회는 지난 2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과 협약을 맺고 탈북민에게 연간 외과 수술 400건, 대장내시경 검사 200건 등 연 4억원 규모의 의료서비스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수술 항목은 치질, 탈장, 갑상선, 유방, 정맥류 등으로 전국에서 동문 의료기관 13곳이 참여한다.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지원 사업 중에서도 이처럼 외과수술 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일은 드물다.
이번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강윤식(의학73-79) 외과동문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강 동문은 서울 강남에서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기쁨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 대장항문 분야 1세대 병원인 서울외과(현 대항병원)를 개원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다. 지난 5월 강 동문의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온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문회장을 맡고 보니 이렇게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마음을 합치면 얼마든지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동문들과 계속 논의했어요.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탈북민들에게 기댈 곳이 돼주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근래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도 활동은 순조롭다. 현재 하나재단을 통해 추천받은 50여 명에 대한 지원이 동문회의 검토를 거쳐 진행 중이다.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데 일조한다는 보람이 크다. 외과의 자부심과 위상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동문들은 고무적인 분위기다. 타교 출신을 포함해 모교 병원 출신 외과의사 500여 명이 동문회에 소속돼 있다.
“요즘 우리 외과가 많이 어렵습니다. 이럴수록 외과 자체를 알리는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업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과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는 강 동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외과가 국민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소통해야 합니다. 외과를 살리자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관련 정책 등도 개선되지 않겠습니까.”
강 동문은 치질과 탈장 수술 명의로도 명성이 높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수원에서 의원을 열고 개원의 생활을 시작했다. 환자가 끊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한 분야만을 파고들어 환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받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잘 되던 병원을 접고 후배 외과의들(이두한·김도선 현 대항병원 원장)과 의기투합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 서울외과를 열었다. 당시 생소했던 전문병원, 대장항문 분야, 공동 개원이라는 삼요소로 큰 주목을 받았고, 대학병원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성과를 올렸다. 오늘날 치질 수술과 대장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주인공이다. 2005년 기쁨병원을 연 이후로는 탈장 수술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외과 개원할 때 격려해주신 모교 스승님께서 나중에야 ‘그때 너희들 다 망할 줄 알았다’ 하시더군요(웃음). 당시는 환자들이 치질 수술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몰랐고, 워낙 까다로운 수술이라 외과의들도 손을 못 댔어요. 병원과 학회를 통해 치질 수술과 대장내시경을 알리고 외과에 자리잡게 한 데 보람을 느낍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의료선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병원 차원에서 북한 내 결핵치료 지원, 무의탁 노인과 외국인 근로자 및 탈북 청소년 무료시술,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당시 태안 주민 무료 진료 등 부단한 인술 활동을 이어왔다. 내시경 장비를 직접 들고 캄보디아에 찾아가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 탈장 수술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환원도 꾸준해 중세 교회음악 전문 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에게 20년 가까이 연습실을 제공해왔으며 현재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강 동문은 “행복해야 봉사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환자 못지않게 직원 복지 처우에도 신경쓰고 있다. 외과의사인 아들과 내과 수련 중인 딸을 위해서도 ‘좋은 병원’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과동문회 홈페이지 http://goodsurgeons.org/ 
박수진 기자